정서 지능

2025. 3. 29. 05:34심리학

마음에 말을 걸기

부모는 아이를 키우며 자주 높고 낮은 벽과 마주칩니다. 특히 '감정'이라는 벽 앞에서 더욱 지치고 막막해지지요. 아이의 언어와 인지 능력의 한계로 감정에 대해 충분히 소통하기 어려울뿐더러 때때로 부모 자신의 감정까지 벽을 뒤덮은 담쟁이덩굴처럼 얽히고설키니까요. 어린아이도 어른과 똑같은 방식으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까요? 아이의 감정 표현에 어떻게 대처해야 좋은 부모 노릇을 하는 것일까요? 그림책을 읽어주는 게 아이의 정서 발달에 정말로 도움이 될까요? 이런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서 많은 육아서들이 감정에 대해 다루고 있고 베스트셀러 그럼 책들 가운데 다수가 아이들의 감정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대체 감정이란 무엇일까요? '감정'은 외부에서 온 자극에 우리가 내적 의미를 부여한 결과로 나타나는 마음 상태입니다. 예를 들어, 뱀의 외적 자극이 나타나자 낯설고 징그러운 생김새에 나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을까 생각하게 되고, 내적 의미, 그래서 '공포'라는 감정이 생기는 거예요. '감정'과 달리 '기분'은 특별한 이유 없이 지속되는 느낌이기에 '감정'과 '기분'은 다릅니다. 발달 심리학에서는 '감정'보다는 '정서'라는 용어를 더 많이 쓰지만, 여기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감정'으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인간의 기본 감정은 영아기부터 발달하여 인지 • 사회성 •도덕성 등 다른 여러 발달에 영향을 미치며, 그 영향은 아동기 • 청소년기 성인기까지 지속되고 누적됩니다. 나와 타인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적절히 조절하고, 올바르게 표현함으로써 마음의 자유를 누리며 살아야 진정으로 행복한 삶일 것입니다.

 

감정의 탄생
아기에게 감정은 의사소통의 수단입니다. 기저귀가 젖으면 울고, 안거나 달래주면 미소를 짓는 등 언어 대신에 감정을 표현하여 부모와 소통하지요. 지금부터 생의 첫해에 나타나는 '기본 감정'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아기는 태어나서 2개월이 지나면 기분 좋은 외부 자극이 있을 때 미소를 지으며 반응하기 시작하는데, '배냇짓' 같은 반사 행동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아기는 점차 사람을 향해서 짓는 '사회적 미소'로 '기쁨'이라는 감정을 표현해요. 그에 대해 어른 역시 기쁨과 애정으로 화답해 아기로 하여금 더 자주 사회적 미소를 짓게 만들지요. 아기는 놀람, 혐오, 공포, 같은 감정들도 순차적으로 드러냅니다. '놀람'은 예상치 못한 시끄러운 소리 같은 자극에 대한 감정 반응이에요. '혐오'는 예를 들어, 약을 먹일 때 얼굴을 찡그리며 혀로 밀어내는 모습에서 볼 수 있습니다. '공포'라는 감정은 대략 7~8개월 무렵에 낯선 사람을 보고 낯가림을 할 때나 엄마가 보이지 않을 때의 분리 불안에서 드러나요. 아기는 스스로를 지킬 수 없으므로 울음으로 공포를 표현하고 도움을 청합니다. 아이가 '화'를 터뜨리는 건 돌 전후에 나타나서 이후 몇 해 동안 그 빈도와 강도가 점점 증가합니다. 여타의 감정들을 이해하고 표현하고 조절하는 능력이 없기에 뭉뚱그려서 화로 표출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부모들이 가장 다루기 힘겨워하는 감정이기도 해요. 다양한 감정 그림책 중에서 화에 대한 그림책이 유독 많이 판매되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화가 나서 그랬어!!"의 주인공 벨라는 집마다 하나씩 있다는 '미운 세 살'의 아이콘처럼 하루 종일 떼쓰고 소리치고 화를 냅니다. 벨라는 마치 화를 내기 위해서 화를 내고, 화를 내다가 더 화가 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벨라의 행동만 볼 게 아니라 마음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벨라의 화가 우르르 광광하며 폭발하는 화산이라면, 보이지 않는 땅속에 서는 동생에 대한 질투 부러움, 당혹감 불안 같은 여러 감정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던 거예요. 화라는 감정은 결코 혼자 오지 않아요. 아이도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벨라가 느끼는 감정들은 앞서 이야기한 기본 감정보다 훨씬 더 복잡한 감정으로 '자의식 감정' 또는 '복합 감정'이라고 일컫습니다. 아이의 인지 능력이 자라서 자기 인식과 평가가 이루어지고 어른들이 기대하는 게 무엇인지도 차츰 생각할 수 있는 두 돌 무렵부터 드러나는데, 수줍음• 당혹감 • 질투• 죄책감• 수치심• 좌절감 • 자부심 등의 감정들이 이에 속합니다. '수줍음'과 당혹감'은 아이가 타인의 관심을 의식하면서 그에 대한 불편감과 불안감에서 비롯되는 감정입니다. '질투'는 부모의 관심이 형제자매나 다른 아이를 향할 때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 느끼는 '죄책감'은 자신이 해를 끼쳤다는 가책과 후회이고, '수치심'은 그 잘못을 바라보는 시선으로부터 숨고 싶은 감정입니다. 이 두 감정은 부모의 훈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자라나는데, 부모가 아이 행동의 나쁜 점을 강조 "그렇게 한 게 잘못이야." 할 때 아이는 죄책감을 느끼고, 아이의 나쁜 점을 강조 "너는 나쁜 애야." 할 때 수치심을 느끼죠. '좌절감'은 실패의 순간에 드러나며 아이는 고개를 푹 떨구거나 때로는 울며불며 화를 내기도 합니다. '자부심'은 퍼즐을 끼우거나 블록을 쌓은 아이가 활짝 웃으며 손뼉을 칠 때 알아볼 수 있답니다. 뇌가 믿는 대로 느낀다. 이처럼 감정은 생의 초기에 보편적으로 나타나기에 진화 생물학자 '찰스 다윈'을 비롯한 많은 학자는 감정이 인간의 타고난 본성이라고 믿어왔습니다. SNS의 이모티콘을 떠올려보세요. 한국인이든 미국인이든 태평양의 섬나라에 살고 있는 누구든 이모티콘에 담긴 행복 슬픔 •놀람 같은 감정을 거의 단번에 변별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인간은 누구나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비슷한 방식으로 표현할까요? 인간의 마음속 어딘가에 이미 만들 어진 보편적인 감정들이 자리 잡고 있다가 상황에 따라 툭툭 나타나는 것일까요? 인간의 기본 감정에는 분명 본성의 측면이 존재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깊고 복잡한 감정에 대해서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타고난 그대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뇌가 믿는 대로 느낍니다. 감정의 정의에서도 말했듯이, 뇌는 자극을 알아챈 뒤 곧바로 반응하지 않고 '경험'을 바탕으로 그것을 해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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