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울리는 책

2025. 3. 30. 04:47심리학

마음을 울리책, 그림책

아무리 아이에게 많은 관심을 쏟는 부모일지라도 아이의 감정을 그때그때 적절히 다루고 자신의 감정까지 돌아보는 일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좋은 그림책의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림책은 아이들이 겪는 소소한 사건만 아니라 가족 친구 이웃• 사회를 아우르는 다양한 관계를 다룹니다. 그림책 속 등장인물 들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사물이든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서 인간이 가진 수많은 감정과 그 변화를 드러내는데, 결코 일상에선 다 겪어볼 수 없는 감정이지요. 더불어, 그림책의 그림은 이야기만으로는 전할 수 없는 심층의 감정을 아주 극적이며 효과적으로 독자의 마음에 전달합니다. 그림책 속 이야기와 그림에 폭 빠진 아이는 어느새 등장인물의 마음으로 바라보고 생각하고 느끼게 됩니다. 이것을 '공감'이라고 하는데, '함께'라는 의미의 접두사에서 알 수 있듯이 공감은 나와 타인의 차이를 뛰어넘어 나를 타인과 동일시하는 마음마저 경험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요? 제3장 「더 넓은 세계와 소통하다. 언어 발달」에서 '거울 뉴렌' 이라는 신경세포의 기제에 대해 말한 바 있습니다. 신경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다른 사람의 행동을 눈으로 보거나 때로는 이야기로만 들어도 우리가 직접 그 행동을 할 때 작동하는 뉴런이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다음엔 너야」라는 그림책의 유일한 배경은 오직 몇 개의 의자가 놓인 병원 대기실입니다. 글은 "문이 열리고 하나가 나왔어. 하나가 들어가고 넷이 남았지. 문이 열리고 하나가 나왔어. 하나가 들어가고 셋이 남았지"와 같은 식으로 반복됩니다. 짙은 명암이 드리워진 대기실에 환한 빛이 쏟아지면 진료실에 들어갔던 한 명이 나오고, 차례를 기다리는 나머지 인형 환자들의 동작과 표정 변화에 불안과 두려움이 드러나요. 그럴 때마다 그림책을 보는 독자 아이 역시 거울처럼 작동하는 뉴런 때문에 인형들과 똑같이 마음이 쪼그라드는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며 공감하게 되지요. 이 공감이 깊을수록 기다림이 끝나는 순간 탁 풀리는 감정의 해소 역시 온전히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공감은 공감에 그치지 않고 독자가 더 적극적으로 감정이입을 하게 하는 다리가 됩니다. 그림책에는 글과 그림이 얽혀 있는 사이에 많은 빈 공간, '틈새'가 있습니다. 아이든 어른이든 독서는 그 틈새에 나름의 의미와 감정을 능동적으로 불어넣고 채워 가는 과정입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감정을 탐색하지 않을 수 없기에 감정이입에는 '안으로 접두사가 붙어 있지요. 그림책은 아이뿐만 아니라 책을 읽어주는 부모까지 독자이므로 부모 역시 자기 안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몰리 뱅'의 '소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은 '화'라 는 감정을 소재로 하는 가장 대표적인 그림책입니다. 언니와 장난감 인형을 가지고 다투던 소피는 화가 났습니다. 화라는 감정이 괴물, 화산, 빨강 같은 시각적 '메타포 은유'로 화면 가득히 그려져요. 화가 폭발한 소피는 문을 쾅 닫고 집 밖으로 나오는데, 소피와 집 밖 식물들의 외곽선까지 모두 어둠의 에너지로 빨갛게 타오릅니다. 한참을 내달리던 소피는 울음을 터트리고, 울음이 멎을 때쯤에야 외곽선의 색이 점차 옅어져요. 소피는 푸른 외곽선을 가진 커다란 '너도밤나무' 위에 올라가서 드넓고 파란 세상을 바라봅니다. 파랑은 무의식을 상징하는 색으로, 소피가 바라보는 세상은 진짜 세상이라기보다 소피의 내면에 있는 잔잔해진 감정이에요. 소피의 외곽선은 점차 행복을 상징하는 주황색과 노란색으로 변합니다. 이제 소피는 식구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요. 이 그림책은 화에 관해서 설명하고 가르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따라가며 화와 관련된 모든 감정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이끕니다. 독자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소피가 되어 화가 나서 가라앉기까지의 감정 변화에 공감하고, 소피와 같은 감정을 느꼈던 때의 나를 떠올리며 감정 이입하게 될 거예요. 이렇게 그림책과 아이의 마음이 통하면 그 소통은 영혼의 울림이 되어 아이 안에 영원히 남습니다. 흥미롭게도 많은 부모가 이 그림책을 아이보다 자신이 더 좋아하는 책으로 꼽습니다. 화라는 감정을 다루는 건 어른에게도 영원한 숙제이지요. 

 

감정의 주인이 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을 들여다보는 일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모는 일상에서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지지해 줄 뿐 아니라, 아이가 감정에 압도되거나 회피하지 않고 잘 마주할 수 있도록 언제나 세심하게 도와주어야 합니다. 잠자리에 누운 아이들은 종종 괴물이 나올 것 같아서 무섭다고 말합니다. 아이의 자라나는 상상력이 때때로 이런 공포심을 만들지요. 『괴물이 오면」에서 엄마는 괴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서 오는지, 어떻게 오는지 등을 아이에게 되묻습니다. 그 질문들에 답하는 동안, 막연하고 비합리적인 공포심에 밀려나 있던 아이의 사고는 천천히 제자리를 찾아요. 엄마의 재치 있는 문답 놀이로 아이가 두려운 마음을 똑바로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아이는 편안히 잠잘 수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의 감정에 이름표를 달아주는 노력도 기울여야 합니다. 감정의 이름을 알아야 '질투'가 무엇이고 '두려움'이 무엇인지 개념이 생기니까요. 일상에서 아이가 표현하는 감정, 부모가 느끼는 감정들의 이름을 알려주세요. 그림책을 읽을 때도 등장인물이 어떤 감정을 느끼며 그게 무엇인지 명명해 주시면 좋습니다. 부모에 의한 감정 상담의 중요성을 강조한 '존 가트맨'은 그것을 '감정이라는 문에 손잡이를 달아주는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손잡이가 있어야 언제든 열고 닫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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