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 지능이 높은 아이들

2025. 3. 29. 06:16심리학

발달 심리학의 모든 영역이 그렇듯, 언어 발달이 이루어져야 아이가 도달한 '감정 이해'의 수준을 보다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 아이는 표현 언어가 크게 발달하는 서너 살 무렵에 감정 언어들도 급격히 증가하며, 그림 속 표정이나 인형의 표정을 보고 기쁨• 슬픔• 무서움•화와 같은 기본 감정을 명명할 수 있습니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에 대한 아이들의 이해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짧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실험을 했을 때, 만 3세 아이들은 주인공을 행복하게 만드는 상황을 잘 이해했고, 만 4세 아이들은 주인공을 슬프게 만드는 상황을 정확히 이해했습니다. 만 5세 아이들은 분노• 공포•놀람을 유발하는 상황까지도 식별할 수 있었습니다. 이쯤 되면 아이는 유치원에서 짝꿍에게 생긴 일을 집에 와서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별이가 엉엉 울었어요. 별이 블록을 송이가 무너뜨렸거든요. 별이가 우니까 송이가 깜짝 놀랐어요. 송이가 '미안해' 그랬어요." '100가지 엄마 얼굴'이라는 그림책 속 엄마에게는 놀라운 비밀이 있습니다. 엄마는 분명 하나인데 수없이 많은 얼굴이 있는 거예요. 화가 나면 무서운 사자의 얼굴, 기분이 좋으면 가르랑거리는 고양이의 얼굴, 감동했을 때는 마스카라가 까맣게 번진 판다의 얼굴... 이 그림책은 다양한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엄마의 표정을 익살스럽게 보여주며 아이들이 감정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아이는 사람의 표정에서 감정을 읽어내고 감정에 대해서 말하는 게 점점 더 능숙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감정은 아동기가 지났다고 해서, 또는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끝이나 완성에 이르는 영역이 아니에요.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은 생애 동안 계속해서 발달합니다. 한편, 나와 타인의 감정을 정확하게 감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나의 감정을 상황에 알맞게 적절한 수준으로 표현하는 '감정 조절 능력'도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아기도 감정 조절을 할 수 있을까요? 아기가 울면 소리를 듣고 달려온 부모가 안고 흔들어주고 어루만져줍니다. 아직은 부모의 도움으로 감정 조절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조금 더 자라면 아기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손가락을 빨거나 애착 담요를 쓰다듬으며 자기 위로 행동을 하는데, 그게 바로 감정 조절입니다. 유아기에 이르면 아이의 감정 조절은 더욱 정교해져서 인지적인 전략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치과에 갔을 때 공포와 불안감을 조절하기 위해 마음속으로 좋아하는 슈퍼히어로 캐릭터를 상상하거나, 가지고 놀고 싶은 장난감을 친구가 먼저 차지했을 때 화를 터뜨리는 대신 다른 장난감이 더 재미있을 거라고 합리화하며 대안을 찾아 쿨하게 돌아서는 것입니다. 『엄마가 오는 길』에는 출근한 엄마의 사정으로 어린이집에 맨 마지막까지 남아 있게 된 연이가 등장합니다. 날이 저물도록 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며 연이는 애착 인형과 대화해요. 엄마가 탄 전철이 고장 나면 힘센 동물들이 밀어주고, 풍선 파는 아저씨를 만나면 풍선을 타고 하늘을 날고, 어쩌면 아주 커다란 케이크를 사서 조심조심 천천히 걸어오는 중일지도 모른다고 말이에요. 연이의 마음속에는 어떤 감정이 자리하고 있을까요? 아마도 엄마가 영원히 오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캄캄한 불안감일 것입니다. 하지만 연이는 울고 조바심 내기보다 그것과 병행할 수 없는 즐거운 상상을 통해서 불안을 잠재우며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지요. 엄마를 기다리는 연이의 간절한 마음이 울음보다 더 크게 다가옵니다. 육아서에는 '정서 지능'이라는 말이 종종 등장하곤 하는데, 그 핵심 능력이 지금까지 이야기한 '감정 이해력'과 '감정 조절력'입니다. 정서 지능이 높은 아이들이 정서 지능이 낮은 아이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일상에서 겪는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능력이 뛰어나고, 언어 발달도 앞서고, 자존감도 높습니다. 학업 능력이 더 뛰어나고, 또래와의 갈등이 적으며, 정서적으로 풍부한 삶을 경험할 수 있답니다. 

부모의 감정 사회화
이처럼 중요한 아이의 감정 발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1차 환경을 꼽으라면 바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그중에서도 단연 부모겠지요. 부모의 감정 상태가 대체로 안정적이고 기쁨이나 행복 같은 긍정 감정을 많이 표현하는 경우, 아이 역시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반대로 부모의 감정 상태가 불안정할 경우, 아이도 우울함이나 불안 같은 부정 감정을 많이 경험하며, 부모가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을 경우, 아이도 감정을 억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방긋 아기씨'는 크고 긴 화면에 연필로 그런 섬세하고 밀도 높은 그림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어느 궁궐에 푸른 낯빛을 한 우울한 표정의 왕비가 살고 있어요. 왕비에게는 큰 걱정거리가 있는데, 아기가 도대체 웃지를 않는 겁니다. 최고의 선물도, 맛있는 음식도, 우스꽝스러운 광대도 소용없고 모든 노력이 다 실패한 바로 그 순간, 드디어 아기가 웃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그림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펼친 면 가득히 아기의 얼굴이 그려지고 아기의 눈동자에 왕비의 웃는 얼굴의 상이 맺혀 있는 장면입니다. 우연히 웃음이 터진 왕비를 가만히 바라본 아기가 마침내 엄마와 꼭 닮은 방긋 웃음을 지은 것이지요. 아기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기 위해서 부모의 표정을 살피거나 행동을 관찰해서 정보를 얻습니다. 그것을 '사회적 참조 하며, 그렇게 참조한 것을 '모방'하지요. 이따금 이목구비가 전혀 닮지 않은 부모와 아기가 너무나 닮아 보일 때가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바로, 아기가 부모의 미소와 표정을 모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감정은 부모를 통해서 사회화됩니다. 부모의 감정 표현은 일차적으로 어떤 감정을 언제,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한 모델이 되어 아이가 보고 배우며, 이차적으로 아이의 감정 표현에 대한 부모의 반응이 다시 아이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아이의 뇌가 '경험'을 바탕으로 해석하고 그걸 통해서 감정을 불러일으킬 때, 부모가 그 경험의 중요한 일부가 되는 것입니다. 아이의 감정에 대한 부모의 반응은 크게 지지적 반응과 '비지 지적 반응'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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