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환경 3

2025. 4. 2. 08:40심리학

어쩌면 자기가 진짜로 말썽꾸러기라서 엄마 아빠가 다투고 화내는 건 아닐지 생각하게 되지요. 집으로 향하는 꼬마 토끼는 한없이 작고 또 작아집니다. 외롭고 지친 꼬마 토끼가 원하는 건 평범하고 분명합니다. 바로 자신을 꼭 안아주고 안심시켜 주는 부모예요. 하지만 서로를 미워하느라고 바쁜 부모는 그럴 여력이 없어 보입니다. 꼬마 토끼를 보며 현실의 부모들은 어린 시절의 경험을 떠올리기도 하고, 부모로서의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하며 마음 아파질 것입니다. 세상에 갈등 없는 관계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결하는가예요. 부부 싸움 뒤에는 아이에게 꼭 설명을 해주세요. 엄마 아빠가 생각이 달라서 다투었지만 서로 미워하는 건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너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너 때문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해주세요. 부모가 화해하고 문제를 원만히 풀어가는 모습을 보면 아이의 감정은 다시 평온해지고, 한편으로는 갈등 해결의 기술을 배우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갈등의 골이 너무 깊어서 끝내 메우지 못하고 파경에 이르는 부부도 있습니다. 부모의 이혼은 당연히 아이에게 심리적 스트레스를 주지만, 이혼에 이르는 지난한 과정의 스트레스가 더욱 심각해요. 한때 사랑의 증거였던 아이는 사랑의 종말로 치닫는 부모의 극심한 갈등을 수시로 목격하면서 언제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따로따로 행복하게』는 어둡고 음울한 이혼의 무게를 걷어낸 자리에 단순히 명쾌한 아이들의 시선을 펼침으로써 이혼의 과정을 더없이 코믹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그림책 속 엄마와 아빠는 달라 도 너무 달라요. 어쩌면 서로에게 이끌리게 했을 그 차이점이 점점 꼴 보기 싫어지며 둘은 유치 찬란한 싸움을 벌입니다. 이를테면, 아빠는 엄마의 욕조에 시멘트를 섞고, 엄마는 아빠의 음식에 폭죽을 넣는 식으로 말이에요. 이쯤 되자, 이 집 아이들의 걱정과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들은 엄마 아빠 때문에 골치 아픈 다른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결론을 내리지요. 함께인데 행복하지 않고, 살면 살수록 서로를 미 위하게 된다면, 방법은 '끝혼식' 밖에 없다고요! 작가는 이혼의 과정에서 소외되기 쉬운 아이들이 이렇게 목소리를 내고 통제력 갖도록 이야기를 전개했습니다. 마침내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함께 신나는 '끝혼식'을 치르고 따로따로 행복의 길을 찾습니다. 연구자들은 오히려 갈등이 심한 부모가 이혼하지 않고 내내 싸우며 사는 경우보다 이혼으로 갈등을 끝냈을 때 아이들이 더 잘 적응한다고 보고합니다. 너희를 위해 참고 산다'는 말은 그 누구도 위할 수 없기에 틀렸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부모의 이혼을 받아들이고 적응하려면 이혼의 과정에서 부모의 책임감 있는 대처가 필요해요. 아무리 아이가 어리더라도 거짓으로 숨기거나 일방적으로 통보하면 안 됩니다. 아이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며, 무엇보다 함께 살지 않는 한쪽 부모와의 관계도 영원히 유효함을 알려 주고 안심시켜야 합니다. 부모의 상처가 쓰라리겠지만, 아이의 유년기에 새겨질 상처 또한 똑바로 응시해야 합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스트레스
마지막으로 다룰 부모 위험 요인은 부모가 겪는 다양한 스트레스입니다. 고용 불안정, 높은 집값, 상승하는 물가, 일과 육아의 양립, 사교육 경쟁 등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은 고스란히 부모의 스트레스가 됩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돌봄 공백과 가정 경제 위기까지 더해졌지요. 그림책 같은 문학 작품은 시대를 반영합니다. 두 권의 그림책을 통해서 요즘 부모들이 겪는 위기들 가운데 육아 스트레스와 경제적 스트레스를 살펴보겠습니다. 2020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세계 최고의 그림책 작가로 인정받은 백희나 작가는 특히 가족의 정을 소재로 하는 작품을 여럿 출간했습니다. 따스한 이야기 속에 웃음을 자아내는 판타지와 작가적 문제의식, 세계관이 잘 어우러져 있고, 인물과 배경을 다양한 소재의 3차원 모형으로 제작한 뒤 촬영하는 입체 일러스트 기법이 독특합니다. 『이상한 엄마』에 등장하는 엄마는 오늘도 정신없이 바쁘게 일하다가 호호가 아파서 학교에서 조퇴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퇴근까지는 아직 멀었기에 발만 동동 구르다가 친정엄마한테 전화를 거는데, 전화를 받은 건 다름 아닌 하늘의 선녀였어요. 바로 '이상한 엄마'라는 제목이 가리키는 엄마입니다. 선녀는 현실 세계와 구분되는 2차 세계에서 구름을 타고 호호네 집에 도착합니다. 마치 달걀에 이목구비를 그린 것처럼 생긴 선녀는 아픈 호호를 위해 달걀국과 달걀프라이를 만들고, 퇴근한 엄마랑 먹으라고 커다란 오므라이스까지 만들어요. 가장 흔한 식재료로 만든 평범한 음식들이 이 가정을 위로해 줍니다. 『이상한 엄마』는 일과 육아라는 두 가지 과제를 끌어안고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엄마들의 애달픔과 고달픔을 보여줍니다. 무려 선녀의 손까지 빌렸음에도, 엄마는 허둥지둥 집에 돌아와서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아이 곁에서 잠들어요. 선녀로 상징되는 조부모의 돌봄이 호호와 엄마에게 짧은 안식을 주기는 했지만 이런 일은 앞으로도 반복되겠지요. 진짜로 절실히 필요한 건 육아에 대한 폭넓은 사회• 경제적 지원일 것입니다. 부모가 겪는 경제적 스트레스는 보다 심각한 양육 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부모의 긴 노동 시간과 부족한 휴식은 아이와 보내는 시간의 양과 질을 저하시킵니다. 또, 실직이나 불안정한 수입으로 생활에 쪼들리다 보면 아이에게 마음 놓고 투자하기도 힘들지요. 이런 경제적 문제들은 부모의 불안과 욕구불만을 발생시키고, 그 결과 부모로서의 자신감이 낮아지며 부적절한 양육 행동을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나쁜 상황은 더 나쁜 상황을 낳기 마련이라 경제적 스트레스는 점점 부부 사이의 갈등, 부모의 정서적 문제, 나아가 가족 해체로까지 확대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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