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환경 2

2025. 4. 2. 07:39심리학

이렇게 부모가 습관적으로 저지르는 잘못된 양육 행동들이 아이의 발달을 위협합니다. 자연재해나 큰 사고를 겪은 뒤 '트라우마', 즉 정신적 외상을 입는다는 말을 들어보셨을 거예요.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도 우리는 '스몰 트라우마'를 입는데, 부모의 잘못된 양육 행동으로 인해 아이가 입는 트라우마는 비록 작지만 되풀이되며 누적되기에 더욱 심각합니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양육 행동은 어떤 것일까요? 바로 부모의 애정도 높고 통제 수준도 높되, 이때의 통제는 분명한 원칙과 부모다 운 권위를 기반으로 하는 경우입니다. 그런 부모들은 아이를 깊이 사랑하고, 아이와 항상 대화하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안정된 애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아이를 충분히 통제하면서 일관된 한계 설정을 하므로 아이는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사이에서 혼란스럽지 않게 심리적 안정감과 자기 조절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감정에 대해 다뤘던 이 책의 제5장 「마음에 말을 걸다: 정서 지능」에서 소개한 그림책 『너 왜 울어?』의 엄마를 다시 만나보겠습니다. 첫 장면부터 엄마는 아이에게 코트와 장화를 찾아오라고 지시를 쏟아내더니 못 찾아오면 엉덩이를 한 대 때리겠다고 협박합니다. 거리로 나온 엄마는 재잘거리는 아이에게 감기에 걸리고 싶지 않으면 입을 다물라고 하고, 놀이터에서는 옷을 더럽히지 말라고 윽박지릅니다. 이야기하고 싶고 놀고 싶은 아이의 욕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지요. 누구도 즐거울 리 없는 외출 끝에, 엄마는 아이 가 장화를 안 벗어서 온 집 안에 모래를 묻혔다며 화를 내고 아이는 결국 서럽게 울음을 터뜨립니다. 이 엄마는 아이에 대한 애정은 낮고 옴짝달싹 못 하게 통제만 할 뿐입니다. 같은 상황에서 애정과 통제가 모두 높은 바람직한 양육을 하는 엄마라면 어떻게 행동할까요? 아이에게 바깥 날씨가 추우니 어떤 옷차림을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설명해 준 뒤 코트와 장화를 찾아오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엄마와의 외출로 신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쉼 없는 재잘거림에 기꺼이 장단 맞춰주고, 놀이터에서는 옷이 더러워지는 것을 신경 쓰기보다 놀고 싶은 아이의 욕구를 더 존중해 줄 것입니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집 안을 더럽히지 않도록 장화의 모래를 털고 들어가라고 미리 규율을 알려줌으로써 아이 스스로 행동을 조절하도록 도울 것이고요. 물론 현실에서의 양육 행동은 훨씬 더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우선, 부모만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아이도 부모에게 영향을 미치지요. 예를 들어, 아이가 기질적으로 반항과 떼가 심한데 부모가 호수처럼 평온하기란 절대 쉽지 않습니다. 또, 부모가 겪는 삶의 스트레스도 양육 행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양육 행동 설문지를 받은 많은 부모는 자기 행동을 어느 한 가지로 규정하기 힘들어합니다. 아무리 좋은 부모가 되고자 해도 어쩔 수 없이 그때그때의 부정적 감정과 상황에 휘둘리며 변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애정'과 '통제'라는 큰 기준을 세우고 자기 양육 행동을 끊임없이 점검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자꾸 엄마에 관한 예만 들어서 미안하지만, 『고함쟁이 엄마」에 는 첫 장면부터 고함을 지르는 엄마 펭귄이 등장합니다. 엄마가 화를 내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겠지만, 아이는 충분히 설명해 주지 않으면(어쩌면 충분히 설명해 주어도) 알지 못해요. 꼬마 펭귄은 느닷없는 봉변에 놀라서 온몸이 산산이 흩어져 날아갑니다. 머리는 우주, 몸뚱이는 바다, 두 날개는 밀림, 부리는 산꼭대기. 아마 아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먼 곳이 아닐까요? 꼬마 펭귄은 두 발만 남아서 달리기 시작하는데, 눈이 없으니 보이지 않고 입이 없으니 소리칠 수도 없습니다. 깊이 상처 입은 아이의 고립감과 답답함이 그대로 느껴져요. 우리 아이들이 일방통행 하는 부모의 거센 감정과 맞닥뜨릴 때의 마음이 바로 이럴 거예요. 마침내 뜨거운 사막까지 내달렸을 때, 꼬마 펭귄은 자기 몸을 모아서 하나로 꿰매고 있는 엄마를 만납니다. 두 발까지 꿰맨 엄마는 "아가야, 미안해" 하며 사과합니다. 엄마는 다시금 애정과 통제의 균형을 맞추려고 애쓰고, 몸에 두 발이 붙은 꼬마 펭귄은 이제 엄마에게 다가갈 수 있어요. 엄마 펭귄과 꼬마 펭귄은 함께 푸른 조각배를 타고 떠납니다. 같은 배에 탄 엄마와 아이는 삶이라는 바다에서 앞으로도 무수한 파도에 휩쓸릴 테지만 성장이라는 항해는 계속될 것입니다.

부모 사이의 갈등
부모가 걸핏하면 목소리를 높여 서로 말다툼하고 집 안에는 찬바람과 냉랭한 기운만 흐른다면 그걸 지켜보는 아이의 마음이 어떨까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보호와 사랑을 받고 있으며 그래서 안전하다는 느낌인데, 자신을 지켜주어야 할 울타리가 덜컹덜컹 마구 흔들리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이는 그 상황을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여 불안에 떨고 슬퍼하고 두려워해요. 이처럼 부모 사이의 심각한 갈등은 아이의 발달을 위협하는 또 다른 위험 요인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이들은 부모의 갈등 이유를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연구를 보면 유아부터 초등 저학년까지의 아이들은 부모가 행복할 때도 자기 덕분이라고 답하고, 부모가 화가 났을 때도 자기 때문이라고 답했어요. 아이들은 상황 이해력이 부족하고 싸움의 원인도 알지 못합니다. 그런 데다가 유아기의 '자기중심적 사고' 때문에 부모의 부정적 감정마저 자기 탓을 하며 모두 '나 때문'이라는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지요. 『혼나기 싫어요! 에서 엄마 토끼는 아침부터 꼬마 토끼에게 잔소리를 퍼붓고 아빠 토끼는 화를 냅니다. 꼬마 토끼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지 못한 채 혼란스럽기만 해요. 그저 어젯밤에 엄마 아빠가 싸우는 소리를 들었을 뿐인데, 칼날과 가시가 자신을 찌르는 것만 같습니다. 꼬마 토끼는 밖에서도 온종일 야단을 맞아요.

'심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 이론 1  (0) 2025.04.02
가족 환경 3  (0) 2025.04.02
가족 환경 1  (0) 2025.04.02
자존감의 색깔은?  (0) 2025.04.02
자아 발달 2  (0) 2025.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