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환경 1

2025. 4. 2. 06:22심리학

예쁘고 신기한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를 아시나요? 인형 속에 인형이 있고, 그 인형 속에 또 인형이 있어서 꺼내고 꺼내다 보면 맨 마지막에는 아주 작은 인형이 나옵니다. 인간과 환경의 밀접한 관계를 설명한 발달심리학자 '유리 브론펜브레너'는 인간을 이 마트료시카에 비유하며 가장 작은 인형을 '나'라고 했어요. 나를 감싸고 있는 다음 인형은 나와 가까이에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미시 체계 가정과 가족• 교육 기관 • 친구 등이고, 점점 커지는 인형처럼 더 크고 먼 환경이 나를 한 겹 한 겹 둘러싸고 있는 것이지요. 이 장에서는 특정 영역의 발달이 아니라 아이를 둘러싼 미 시 체계 가운데 가장 가까운 근접 환경, 바로 가정과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아이가 영유아기 동안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은 가정이고, 가장 중요한 타인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는 부모, 형제자매 등의 가족이에요. 가족의 인연은 시대에 따라 변하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은 '관계'이며, 아이들은 관계의 울타리 안에서 건강하고 안정하게 성장합니다. 생의 결정적 시기에 가족과 경험하는 관계의 질, 특히 부모의 영향은 절대적이라서 사실상 이 책의 모든 장에서 아이의 발달에 부모가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끊임없이 이야기해 왔고 또 이야기할 것입니다. 특별히 이 장에서는 부모라는 환경이 아이에게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에 더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더불어 형제자매와 관련된 발달 이슈들도 살펴보고, 건강한 가족의 조건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함께 소개하는 그림책들에 등장하는 다양한 가족의 모습이 아이의 입장에서, 그리고 부모의 입장에서 저마다의 가족을 비쳐볼 수 있는 맑은 거울이 되기를 바랍니다.

부모라는 행복의 원천
부모는 아이가 타인과 경험하는 최초의 관계입니다.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인 태아기부터 맺어져 영유아기 내내 부모는 아이의 성장 발달에서 유일무이한 환경이 되지요. 부모는 아이에게 헌신적인 돌봄과 무조건적인 사랑을 쏟으며 정서적 지지자의 역할을 합니다. 또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아이에게 인지적 • 사회적 발달의 기초를 만들어주고, 세상에 잘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화시킵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행복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유아들이 보고하는 '행복했던 기억'의 한 장면에는 늘 부모가 있어요. 그들은 부모와 함께할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며, 재미있게 놀아주는 부모, 다정하게 안아주는 부모, 무조건 사랑해 주는 부모를 '좋은 부모'로 꼽습니다. 『비 오는 날의 소풍』은 벨기에의 그림책 작가 '가브리엘 뱅상'의 작품입니다. 귀여운 꼬마 쥐 셀레스틴과 덩치 큰 곰 아저씨 에르네스트가 아기자기한 일상을 살아가는 에피소드로 구성된 시리즈 그림책 가운데 한 권이에요. 둘은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은 아니지만 에르네스트는 분명 셀레스틴의 부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소풍을 가기로 한 날 아침에 비가 내리자, 한껏 기대에 부풀었던 셀레스틴이 실망감에 뾰로통해집니다. 에르네스트 아저씨는 셀레스틴의 마음을 존중하기에 나무라지도, 그냥 집에 있자고 설득 하지도 않아요. 오히려 비가 오지 않는다고 상상하며 빗속으로 소풍을 나서자는 멋진 제안을 합니다. 둘은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쓰고 춤을 추며 숲 속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비닐 텐트 안에서 도시락을 먹고 신나게 놀지요. 에르네스트 아저씨는 그저 '다 큰 어른이 어린애처럼' 놀아주었을 뿐인데 셀레스턴은 행복합니다. 셀레스틴에게 에르네스트 아저씨는 참 좋은 부모입니다. 아이가 바라는 좋은 부모가 되는 길은 이토록 쉽고 단순한데, 왜 현실에서 어떤 부모들은 아이에게 행복을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불안과 좌절을 느끼게 할까요? 그건 아마도 부모 역시 미완의 존재이며, 부모로 사는 삶이 결코 쉽고 단순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부모는 때때로 예측 불가능한 삶의 위기에 표류하면서 아이의 건 강한 발달을 위협하는 역기능을 합니다. 부모가 어떤 상황에 있을 때 이런 역기능을 하게 되는지 몇 가지 부모 위험 요인들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부모의 잘못된 양육 행동
부모가 아이를 보살피고, 애정을 주고, 의사소통하고, 훈육하는 방식을 통틀어 양육 행동이라고 일컫습니다. 그 안에는 부모가 아이에게 느끼는 친밀감의 정도, 부모 자신의 성격과 가치관, 심리 상태 등이 응집되어 있으며, 일상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의식적 무의식적인 태도와 몸짓, 언어로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 영향을 미쳐요. 학자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부모의 양육 행동에서 중요한 두 중심축은 애정'과 '통제'입니다. 이를테면, 아이에게 애정도 없고 통제도 거의 안 하는 부모들이 있어요. 그들은 한마디로 방임하는 부모이고 무책임한 부모입니다. 아이가 그런 부모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얻으려면 감정과 행동을 더 크고 더 세게 표출해야 하므로 결국 문제 행동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아이에 대한 애정은 높지만 통제하지 않는 부모들은 어떨까요? 그들은 사랑하는 아이와의 갈등을 피하고자 모든 요구를 받아 주고, 무조건 허용하며, 훈육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얼핏 보면 좋은 부모 같지만, 그런 부모 밑에서 아이의 관심은 오직 자기 자신에게로 향하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공감력이나 자신을 억제하는 조절력을 기르기 어려워요. 정반대로 애정은 낮고 통제만 높은 부모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아이의 감정이나 욕구는 돌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부모의 말에 따르기만을 바랍니다. 아이가 어긋날 때는 설명과 설득의 과정도 없이 야단치고, 벌주고, 때로는 사랑을 거두겠다는 위협도 서슴지 않지요. 그러니 아이는 늘 부모라는 독재자의 눈치를 보고 위축되어 있으며 불안 수준도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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