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의 색깔은?

2025. 4. 2. 04:27심리학

우리는 평생 나를 알기 위해 치열하게 애씁니다. 하지만 그렇게 알게 된 나를 사랑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왜 누군가는 자신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거나 때로는 미워하는 걸까요? 그 마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도 바로 타인'입니다. 앞서도 말했듯이 우리는 뼛속까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에요. 정신분석학자 '카렌 호나이'는 인간에게는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타인을 기쁘게 함으로써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고 불안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싶어 합니다. 인간의 5단계 욕구를 연구한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인간은 생존에 필요한 생물학적 욕구가 충족되면 그다음은 소속과 애정의 욕구가 충족되어야 비로소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여기, 타인의 인정과 평가에 의존하는 아이의 심리가 잘 그려진 그림책 한 권이 있습니다. 『줄무늬가 생겼어요』에서 카밀라는 아욱 콩을 아주 좋아하지만 친구들이 모두 싫어하기 때문에 절대로 먹지 않습니다. 카밀라는 친구들에게 잘 보이려고 학교 가기 전에 옷도 마흔두 번이나 갈아입지요. 그렇게 인정받고자 애쓴 나머지 카밀라는 자신의 진짜 욕구를 꾹꾹 억누르고, 그 결과, 온몸에 무지개처럼 알록달록한 줄무늬가 생기는 '줄무늬병'에 걸리고 말아요. 줄무늬는 신기하게도 주위의 요구에 따라 물방울무늬로, 바둑판무늬로 변하고 전문가들의 진단에 따라 바이러스 덩어리가 되었다가 색색깔의 곰팡이가 되기도 합니다. 마치 카밀라가 세상의 요구와 기준에 따르듯이 말이에요. 다행히 어느 다정한 할머니가 나타나 카밀라에게 아욱 콩을 먹으라는 처방을 내리고, 카밀라가 처음으로 자신의 진짜 욕망에 충실하게 아욱 콩을 먹자 신기하게도 줄무늬가 사라지지요. 마지막 장면에서 카밀라는 자신의 본모습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아욱 콩을 먹습니다. 친구들이 카밀라가 이상해졌다고 수군거려도 귀 기울이지 않아요. 그리고 카밀라는 줄무늬라면 두 번 다시 건드리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림 속 카밀라는 줄무늬 머리핀을 꽂고 있어요. 카밀라가 타인의 시선에서 영원히 떨어지는 건 절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게 아닐까요? 아이들은 생각보다 아주 이른 나이부터 타인을 의식합니다. 처음으로 혼자 숟가락질을 하고, 혼자 변기에 앉고, 혼자 옷을 입는 그 모든 순간에 아이들은 다름 아닌 '부모'를 의식합니다. 성공의 기쁨보다도 부모의 반응과 평가가 더 중요해요.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교사와 또래까지 의식하게 되지요. 그러면서 서서히 아이의 '자존감'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자존감은 내가 나를 긍정적으로 여기는 정도를 뜻합니다. 자존감은 두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나는 다른 사람의 사랑과 관심을 받을 만한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 가치감'과 나도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에요. 저는 자존감이 자기 개념 위에 스스로 칠하는 색깔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기분 좋은 노랑이나 따스하고 사랑 가득한 빨강으로 칠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냉정한 파랑으로 칠하거나 보기 싫다며 검게 칠하기도 하지요. 색칠은 스스로 하지만 어떤 색을 칠할 것인지 선택할 때는 타인의 영향을 받습니다. 『에드와르도 세상에서 가장 못 된 아이』의 주인공 에드와르도는 아주 평범한 아이예요. 다른 아이들이 그렇듯이 이따금 물건을 발 차거나 시끄럽게 떠들기도 하고, 방을 좀 어지럽히거나 씻는 것을 잊을 뿐입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집어서 에드와르도를 꾸짖고 세상에서 가장 못 된 아이'라는 낙인을 찍어요. 에드와르도는 어른들의 평가와 사회적 판단을 그대로 자기 개념으로 받아들이며 진짜로 못되게 행동하고 점점 더 말썽을 부리지요. 그러니 에드와르도의 자기 가치감이 높을 리 없습니다. 그런 에드와르도에게 놀라운 일이 일어나요. 아주 작은 계기로 어른들에게 좋은 면을 보였는데, 어느새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아이'라고 불리더니 진짜로 칭찬받을 만한 사랑스러운 아이가 됩니다. 에드와르도의 본질은 하나도 변한 게 없는데도 말입니다. 이제 홀수라는 아이도 만나볼까요? 『내가 잘하는 건 뭘까?』의 주인공 '홀수'는 잘하는 것에 대해 발표할 준비를 해오라는 과제에 풀이 죽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그렇듯 홀수도 이것저것 배우는 게 많기는 하지만, 배운다고 다 잘하는 건 아니거든요. 학원에는 언제나 홀수보다 잘하는 아이들이 있고, 친구들과 비교하면 할수록 홀수는 한없이 작아지고 자신감이 사라집니다. 그런데 동생은 그런 홀수에게 형은 뭐든지 잘 그린다며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해요. 자신을 부러워하는 어린 동생을 보며 홀수는 남과 비교할 게 아니라 어제의 나, 과거의 나와 비교하면 지금 잘하는 게 얼마나 많은지, 또 앞으로 잘하는 게 얼마나 더 많아질지 깨닫습니다. 그러자 홀수의 자신감과 자존감이 환한 빛깔로 빛납니다. 

자존감을 길러주는 부모
지금까지 살펴본 영유아기의 자기 개념과 자존감 발달의 중요한 공통점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며, 그 타인들 가운데 가장 결정적인 존재는 두말할 것도 없이 부모입니다. 자, 부모는 어떤 과정을 통해서 아이의 자기 개념과 자존감에 영향을 미칠까요? 과연 어떤 부모 역할이 바람직할까요? 우선, 아이는 부모의 모든 것을 '모방'합니다. 부모의 미소를 따라 하고 말투와 행동도 따라 해요. 더 나아가 마치 부모가 된 것처럼 부모의 역할을 재현하며 부모와 동일시 합니다. 두 살에 "싫어!"를 외치던 아이가 네 살에는 소꿉놀이하며 인형을 앉혀 놓고 부모처럼 "안 돼! 넌 못해! 이 말썽꾸러기!"라고 꾸짖는 거예요. 그런데 아이가 따라 하는 부모의 말과 행동에는 알게 모르게 부모 자신의 자기 개념과 자존감이 담겨 있기에 아이는 동일시를 통해서 부모의 자기 개념과 자존감까지 차곡차곡 내면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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