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이론 1

2025. 4. 2. 09:46심리학

아이가 부모와 집의 울타리를 벗어나 유아 교육 기관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또래와의 관계가 점점 더 중요해집니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 핵가족화, 조기 교육의 확대와 같은 삶의 변화로 인해 취원 연령이 과거보다 낮아졌는데, 우리 아이들은 충분히 준비되어 있을까요? 코로나19를 겪으며 서로 얼굴 마주 보며 이야기하고, 함께 놀고, 나누어 먹는 일이 금지된 시대를 사는 우리 아이들의 오늘과 미래가 걱정입니다. 아이들이 최초의 사회생활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차원의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를테면 또래들과 잘 어울리는 데 필요한 사회성, 친사회적 행동을 하기 위해서 내면에 갖춰야 하는 공감력이나 배려심, 개인적 욕구를 조절하고 집단의 규율에 따르는 도덕성 등을 꼽을 수 있는데요, 우리가 흔히 '인성'이라고 부르는 사고와 행동입니다. 인성의 기저에는 타인의 마음을 미루어 집착할 줄 아는 꽤 복잡 한 사회 인지 능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화난 것 같아! '친구가 날 일부러 넘어뜨린 게 아니라 실수였나 봐' 등등 우리는 저마다 타인의 마음을 읽어내는 이론을 가지고 있어요. 일상에서는 흔히들 '눈치'라고 말하기도 하지요. 부정적인 어감으로 쓰여서 그렇지 '눈치'의 첫 번째 사전적 정의는 '남의 마음을 그때그때 상황으로 미루어 알아내는 것'입니다. 자, 영유아들은 언제 남의 마음을 읽는 눈치가 자라날까요? 마음을 아는 게 어떻게 인성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걸까요? 

누구에게나 마음이 있다 
제3자 「더 넓은 세계와 소통하다: 언어 발달」에서 소개했던 재미있는 그림책 「로지의 산책』을 아이가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합니다. 첫째, 여우의 추격을 모르는 로지의 마음을 알아야 합니다. 둘째, 로지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여우의 마음을 알아야 하지요. 로지와 여우의 마음은 보이지도 않고 글로 쓰여 있지도 않기에 오로지 둘의 행동을 보며 미루어 짐작해야 합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나에게도 있고 타인에게도 있어요. 우리의 마음 안에는 믿음 •바람 의도 ·욕구• 감정 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또, 마음은 눈에 보이는 표정이나 행동과 일치할 수도 있지만 전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생일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친구가 실망할까 봐 짐짓 기쁜 표정을 지을 수 있고, 용감한 척 행동하는 친구도 마음속으로는 겁내고 있을 수도 있지요.

마음 이론의 개념 
이렇게 마음이라는 정신 상태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사람의 행동을 이끈다는 걸 이해하고, 이해한 정보를 통해서 다른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추론하며 예측하는 우리 안의 인지적 매커니즘을 통틀어서 '마음 이론'이라고 합니다. '이론'이라고 하는 이유는 우리가 타인의 마음을 정확히 알 도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는 타인의 마음을, 역시 보이지 않는 내 마음과 사고로 그려내야 하니 고도의 정신 과정이 아닐 수 없어요. 피아제는 아이들이 만 7세가 되어서 '구체적조작기'에 이르러야 자기중심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타인의 마음과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자들은 대략 만 2세경부터 서서히 마음 이론이 발달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아들이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남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숨바꼭질』의 주인공 소윤이는 엄마가 일어나라고 깨우자, 숨바꼭질을 시작합니다. 문 뒤에도 숨고, 인형들 사이에도 숨고, 소파 옆에도 숨어요. 소윤이는 엄마가 "우리 딸 어디 갔을까?" 하며 찾으러 다니자 신이 납니다. 그런데 커튼 뒤에 숨은 소윤이가 아무리 기다려도 엄마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엄마가 숨어버린 것 같습니다. 자, 이제 소윤이가 술래가 될 차례입니다. 소윤이는 두근대는 마음으로 엄마를 찾아 나서요. 아마 소윤이 또래의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종종 벌어지는 풍경 일 겁니다. 그런데 이 흔한 숨바꼭질에도 마음 이론이 필요해요. 이제 막 숨바꼭질을 익힌 아주 어린 아이라면 숨는 것 자체를 좋아해서 허둥지둥 아무 데나 숨는 행동을 하겠지만, 만 3~4세로 보이는 소윤이라면 꼭꼭 잘 숨기 위해서 '엄마가 여기는 금세 찾겠지? 아 하, 여기는 못 볼 걸' 하며 엄마의 마음을 짐작하려고 할 것입니다. 반대로 엄마가 숨은 곳을 알아내기 위해서 우리 엄마라면 어디에 숨을까?' 하며 엄마 마음을 읽으려고 애쓸 거예요. '존 클라센'의 베스트셀러 그림책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의 화자는 깜찍한 파란 모자를 쓴 작은 물고기입니다. 이 물고기의 흥미진진한 내레이션을 통해서도 마음 이론의 여러 측면을 좀 더 살펴볼 수가 있습니다. 작은 물고기가 말합니다.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 그냥 몰래 가져온 거야." "커다란 물고기한테서 슬쩍한 거야. 모자를 가져가는 줄도 모르고 쿨쿨 잠만 자던데?" 이 텍스트에서 독자는 작은 물고기의 마음 상태 중 한 부분을 알 수 있어요. 작은 물고기에게는 커다란 물고기의 모자를 갖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작은 물고기는 커다란 물고기가 오랫동안 잠에서 안 깰 거고, 깨더라도 모자가 사라진 걸 알지 못할 거고, 알더라도 자기가 가져간 건 모를 거라며 커다란 물고기의 마음을 추측해서 말합니다. 여기 서 독자는 커다란 물고기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작은 물고기의 '바람'과 커다란 물고기가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 여기는 '믿음'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물고기의 믿음은 사실과 다른 '틀린 믿음'이었어요. 그림 속 커다란 물고기는 눈동자의 다양한 움직임으로 자신이 모든 걸 알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이 이 그림책을 재미있어하는 이유가 바로 이 틀린 믿음에서 비롯됩니다. 글과 불일치하는 그림을 통해서 작은 물고기의 믿음이 번번이 다르다는 걸 곧바로 알 수 있기에 킥킥 웃음이 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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