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기 도덕성 발달

2025. 4. 2. 13:35심리학

이제 끝으로 도덕성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사회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욕구를 상황과 규범에 맞게 조절하고 행동을 통제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그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도덕성입니다. 돌쟁이 아기도 무언가 잘못한 것 같다 싶으면 미안함이나 당혹감 같은 정서를 드러내지요. 이것은 아직 직관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으며 도덕적 사고와 판단을 하는 능력은 인지 기능의 성장과 함께 서서히 발달합니다. 학자들은 이 같은 도덕성의 발달 과정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요? '프로이트'는 인간의 성격이 '이드', '자아', '초자아'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합니다. '이드'는 지금 당장 눈앞의 욕구를 만족하게 하고자 쾌락 원리를 좇으며, 그러기에 충동적이고 비이성적입니다. 영아기는 바로 이드의 본능에 지배되는 때이지요. 배고프면 남의 음식이라도 빼앗아 먹어야 하고 짜증이 나면 그곳이 어디든 큰 소리로 웁니다. 하지만 아기가 자라면서 이드의 요구는 점점 벽에 부딪혀요. 부모는 아이에게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가르칩니다. 참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타이르고 남을 배려해야 한다고 알려줍니다. 이 과정에서 자아와 초자아가 발달하는 것입니다. '자아'는 폭주하는 이드에 현실의 브레이크를 걸면서 중재자 역할을 합니다. 본능을 억누르고 현실을 고려하여 수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만족을 추구할 방법을 찾지요.
 '초자아'는 한 단계 더 나아가서 도덕적 가치와 자아의 이상에 따라 행동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부모의 훈육과 사회의 영향을 받아 차곡차곡 내면화한 도덕과 양심이 초자아 안에 자리 잡고서 끊임없이 우리를 평가하며 우리가 하려는 행동이 옳은지 되묻습니다. 만약 잘못을 저지르면 '양심의 목소리'가 부끄러움•죄책감• 후회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켜서 잘못을 반성하게 하지요. 프로이트는 바로 이 초자아의 발달이 곧 도덕성의 발달이라고 했습니다. 제목부터 흥미로운 그림책 『양심 팬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양심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아이들에게 알려줍니다. 아침밥을 배불리 먹은 레옹이 시원하게 똥을 눕니다. 그런데 똥을 닦을 휴지가 없는 거예요. 다행히 나뭇가지에 걸린 팬티 한 장을 발견하는데, 레옹은 누구의 팬티인지도 모르는 그것으로 똥을 쓱 닦고는 수풀에 툭 던져버리지요. 바로 그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나는 네 마음속에 사는 양심이다. 네가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나타나서 너에게 말을 걸지." 양심은 레옹에게 팬티를 빨아서 제자리에 널어놓으라는 명령을 하고, 레옹은 부끄러운 마음에 똥 묻은 팬티를 열심히 빨아요. 비양심은 똥 묻은 팬티만큼 더러운 것이 아닐까요? 마지막 장면까지 재미가 가득하고 잔소리 한마디 없이 도덕적 교훈을 전하는 그림책입니다. 피아제는 만 4~5세를 기준으로 그 이전을 전도덕기'라고 말하며 자기중심적이고 인지적으로 미성숙하기 때문에 도덕성이 발달하지 못한다고 보았습니다. 그 이후부터 10세까지는 '타율적 도덕기'로 아이들이 규칙을 잘 따르기 시작하지만 부모나 선생님의 권위에 복종하고 벌을 피하기 위해 무조건 따르는 것이며, 누군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아직 의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하고 결과만 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고 했지요. 이 단계를 지나면 비로소 아이들은 규칙의 목적을 이해하고, 벌을 피하기보다는 인정과 칭찬을 받기 위해 도덕적으로 행동하며, 좀 더 객관적인 관점을 가지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게 됩니다. 하지만 도덕적 사고력과 판단력이 발달했다고 해서 곧장 도덕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알아도 옳은 일을 하고 그른 일을 하지 않으려는 '자기 통제'에 실패한다면 도덕적으로 행동할 수 없습니다. 한때 유명했던 '마시멜로 실험 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의 '월터 미셸 만 4세 아이들에게 눈앞에 놓여 있는 마시멜로를 곧바로 먹지 않고 지시에 따라 참고 기다리면 더 큰 보상을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때 참고 기다린 아이들과 곧장 마시멜로를 먹은 아이들을 15년 뒤 추적 조사해 보니, 전자의 아이들이 학업 성취와 대인 관계뿐만 아니라 도덕성에서도 훨씬 더 높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물론 누군가 도덕적으로 행동할까 말까 갈등하는 순간에 자기 통제력만이 도덕적 행동을 하게 하는 유일한 변인은 아닙니다. 남이 바라보고 있지 않을 때, 동조할 누군가와 함께할 때, 발각과 처벌의 가능성이 없을 때 등의 외부 요인이 있으면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기가 좀 더 쉽습니다. 『공룡이 왔다』의 주인공 준이는 어제 마트에서 공룡 장난감을 너무나 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친구 찬이가 바로 그 공룡 장난감을 학교에 가져온 거예요. 한번 만져볼까 말까 갈등하던 준 이는 아무도 보는 눈이 없는 기회가 오자 그만 자기 통제력을 잃고 장난감을 만지고 공룡의 팔을 부러뜨리게 됩니다. 준이는 도저히 자기가 그랬다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아요. 그때부터 준이 앞에는 양심이라는 무서운 공룡이 나타나 후회와 죄책감을 느끼게 합니다. 결국 다음 날 등굣길에 준이가 찬이를 부르는 데서 그림책은 끝이 납니다. 준이는 그냥 눈감아버리고 싶은 마음에 저항해서 '정직'의 도덕률을 선택한 것입니다. 정리해 보면 도덕성은 아이의 성격 발달, 마음 이론과 도덕적 판단을 비롯한 인지 발달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아이에게 도덕적 가치와 행동 양식을 심어주는 환경, 특히 유아의 경우 부모라는 환경의 영향이 무척 큽니다. 여러분은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 행동을 어떻게 다루고 훈육하시나요? 잘못에 대해 부모의 실망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서 아이를 불안하게 만들거나 강압적인 말과 체벌을 사용하는 것은 조금도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그보다는 대화로 아이의 도덕적 사고를 차근차근 이끌어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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